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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스타베팅 이용후기2023-10-2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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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의 어느 납골당. 후줄구레한 차림의 중년 여인이 국화를 들고 서 있었다. 짧은 파마머리에 거무죽죽한 안색. 그녀의 이름은 도우미였다. 딸 혜림의 원수를 갚고자 주원의 본가에 가사도우미로 들어가 무려 십 년 가까운 시간을 칼을 갈며 지내 온 여인. 귀녀와 꾸민 흉계가 들통나 복수를 이루지 못하고 졸지에 경찰에 쫓기는 신세까지 된 그녀가 이곳까지 찾아온 건 오늘이 혜림의 기일이기 때문이었다. “혜림아. 엄마 왔어.” 유골함을 쓰다듬는 손끝이 떨렸다. 언제나 이날이 되면 가슴이 시커멓게 죽은 것 같았다.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잘 자라준 하나뿐인 딸. 학원 하나 보내지 못했는데 그 좋은 명문대에 단번에 입학한 걸로도 모자라 스스로 용돈을 벌어보겠다며 학기 중에 과외까지 뛰던 아이였다. 옆에 끼고 있을 때 챙겨주지 못한 것들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 미련과 후회가 자신을 좀먹을 때마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또 갈며 버텨온 세월이 지루할 만큼 길었다. 죽은 딸을 놓지 못하고 몇 년이나 스스로를 혹사한 자신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혜림이 주원에게 목숨 걸고 매달린 건 제가 준 결핍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감정을 가르치지 않았기에 그저 매달리고 애원하고 기다리고.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결국은 자신을 버리는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절망감을 이길 방법을 가르쳤어야 했다. ‘누구도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만 너를 사랑한다면.’ 세상에서 너를 가장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건 너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어야 했다. 그 간단한 명제를 가르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으니 어쩌면 죄인은 도 씨 자신이었다. “엄마 내년엔 여기 못 올지도 몰라.” 도 씨가 하염없이 유골함을 쓰다듬었다. “우리 딸 서운해할까 봐 미리 들렀어. 아니다…… 그땐 우리 만났으려나.” 나직한 음성이었으나 잘게 떨리는 한숨까지는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마 전 난소암을 진단받았다.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전이가 진행된 상태라 길면 6개월, 짧으면 3개월 정도 남았다고 하던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도 씨는 절망보다는 외려 안도했다. ‘아아, 이제야 혜림이 곁으로 가는구나. 눈이 짓무르도록 보고 싶었던 내 딸…….’ 길고도 질긴 삶이었다. 낙도 없이, 소소한 행복도 없이 그저 살아낸 날들이었다. 삿된 주술을 쓰면 살을 맞을 수도 있다는 귀녀의 경고에도 무리하게 흉계를 꾸민 것은 그 때문이었다. 죽을 날을 받아놓고 보니 어쩌면 이것이 귀녀가 말한 살이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정말 용한 무당이란 말이지.’ 도 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봉안함을 쓰다듬던 손을 거두었다. 웬일로 봉안함에는 꽃이 하나밖에 없었다. 도 씨가 꽂아둔 국화를 제외하면 쓸쓸하도록 휑했다. 평소 혜림의 기일엔 늘 누군가가 하얀 국화 한 송이를 꽂아두곤 했다. 누가 다녀간 걸까 궁금하지 않았던 걸 보면 어쩌면 이미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우미 씨?”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두드렸다. “경찰입니다. 강주원 씨 살해 음모와 관련해 몇 번 연락을 드렸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서 찾아왔습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나요?” “강주원 씨가 알려주더군요. 오늘 가면 있을 거라고.” 결국은, 그녀가 생각하던 답이 맞았다. 기일에 언제나 꽃을 두고 간 건 주원이었다.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끝내 모른 척하고 싶었다. 나 말고도 딸애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더 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그게 하필 딸을 죽음으로 내몬 원흉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혜림의 원혼이 이승을 떠났고 얼마 전 결혼했다는 소식도 들었으니 올해부턴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서운하기까지 한 걸 보면 자신은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 틀림없었다. “앞장서세요. 알아서 따라갈 테니.” 도 씨가 선선히 경찰의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곳에 환히 웃는 혜림의 사진이 있었다. * “도우미 씨를 체포했습니다. 주술로 사람을 죽인다는 게 법적으로 용인되는 케이스가 아니기도 하고, 최귀녀가 이미 사망한 상태라 곧 풀려나긴 하겠지만 일단 여죄의 가망성이 없지 않으니 조사는 해보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이 경우 딱히 처벌 법령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서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그런데.” 담당 형사가 머뭇거렸다. 발코니로 나온 주원은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차분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여자 건강 상태가 한눈에 봐도 좋지 않아 보이더군요. 듣기론 무슨 암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원은 담담한 음성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했다. 못다 한 숙제를 끝낸 것 같은 기분이 이런 걸까? 다희와 면회를 하고 와서 혜주가 했던 말이 이해가 됐다. ‘인과응보라는 거겠지.’ 도 씨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데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저를 죽이려 시도했던 사람의 최후가 비참해서 통쾌하다는 생각도, 그래도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글쎄. 몇 년을 한집에서 지내 온 선우연이 들으면 조금 불쌍해하려나. 법이 내리지 못한 처벌을 하늘이 내렸다고 생각하면 도 씨가 억울해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하게 살아야지.” 나지막이 다짐한 주원이 발코니 문을 열었다. 침실에서는 혜주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항상 좋은 냄새가 나는 그녀지만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나는 향기는 말도 못 하게 달콤했다. 그녀는 욕실에 바디워시 일곱 개를 놓고 돌려 쓰는데, 매일 밤 샤워하며 향을 고르는 게 제 힐링 포인트라고 했다. 욕실이 너저분한 것을 싫어해 하얀색 디스펜서에만 사용하는 주원에게 그녀의 취향은 끔찍할 정도였지만 좋은 향기가 나는 살냄새를 맡으면 불만은 금세 사그러들곤 했다. “오늘은 머스크 향이네.” 혜주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은 주원이 한껏 숨을 들이켰다. 혜주는 손바닥으로 주원의 얼굴을 밀어내며 픽 웃었다. “오빠 그거 되게 변태 같은 거 알아요? 남의 살냄새를 코까지 박고 맡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남이 아니니까 그러지.” 말랑한 여체의 감촉과 따스한 체온, 코끝을 물들이는 향기까지 모든 게 다 좋았다. 당장 들쳐메서 침대에 눕히고 싶은 욕구가 불쑥 치켜 올랐다. “머리 다 말렸어?” “아직 한참 남았어요. 머리 말릴 때마다 팔 아파서 그냥 확 잘라버릴까 봐.” “내가 해줄게.” 주원이 그녀의 손에서 빼앗듯이 드라이어를 가져왔다. 그가 익숙한 손길로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동안 혜주는 잠자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주원이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은근히 게으르기도 했지만, 그가 머리를 말려주면 사랑받는 기분이 나서 좋다고 했다. 어려운 일이라도 들어줄 판에 이깟 게 뭐라고 못 들어주겠는가. 일이 늦게 끝나지 않는 이상 매일 혜주의 머리카락을 말려주다 보니 어느새 프로 못지않은 솜씨를 보유하게 된 그다. 어디 그뿐인가. 바닥에 떨어진 수북한 머리카락을 치우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깔끔벽 있는 주원이 머리카락을 주섬주섬 치우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혜주는 내가 강주원 사람 만들었다며 무척 뿌듯해했다. “뽀송뽀송하네, 우리 쭈야.” 머리카락을 다 말린 후 혜주의 정수리에 쪽 입을 맞추었다.   드라이어 선을 돌돌 말아 정리하고 바닥에 널브러진 머리카락을 쓸며 그는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말할까 잠시 고민했다. ‘이미 지나간 일을 굳이 상기해서 뭐 하겠어.’ 좋은 일도 아니고, 그다지 혜주가 궁금해할 것 같지도 않아서 주원은 그냥 넣어두기로 했다. 언젠가 우연한 대화 중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 흘리듯 말해도 되겠지. “잘까?” “좋아요.” 하루 중 제일 설레는 시간이 왔다. 평소 같으면 까르르 웃으며 신생아도 아니고 무슨 아홉 시에 자냐고 놀렸을 혜주가 어쩐지 차분했다. 거룩한 행사를 치르기 전, 마지막으로 화장대 밑의 휴지통을 비우던 주원은 그 안에 든 내용물을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이번 달도 꽝인가 보네.’ 왠지 표정이 평소보다 조금 어둡다 싶더라니. 휴지통 안엔 사용한 임신테스트기가 들어 있었다. 한 줄. 단호박도 이런 단호박이 없다. “아무래도 병원에 한번 가볼까 봐요.” 손을 씻고 돌아온 주원에게 혜주가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러. 생길 때 되면 어련히 생기겠지.” “그 얘기 지난달에도, 지지난달에도 했거든요. 우리 결혼한 지 2년이 되어 가는데 아이가 안 생기잖아요. 오빠는 안 불안해요?” “너 젊고, 나도 젊고, 서로 건강하고. 불안할 게 뭐 있어.” “그러니까 더 불안하죠. 아무 문제 없는데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하긴. 조금 궁금하긴 했다. 혜주와 주원은 결혼과 동시에 2세 계획을 세웠다. 1년 정도는 신혼 재미를 만끽하고 그 후부터 아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즉, 피임하지 않고 관계를 한 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는 뜻이다. 혜주가 한 줄짜리 테스트기를 본 지도 1년이 되었다는 뜻이고. “아버님, 어머님도 별말씀 없으시지만 얼마나 손주를 기다리시겠어요.” “무슨 상관이야. 대신 낳아줄 것도 아닌데.” “낳아주진 않지만 키워주신다곤 했거든요? 나 일하는 데 지장 없게 돌봐 주신다고 했으니 낳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아이 가지고 싶어?” “네.” “그럼 더 열심히 할게, 내가.” 주원은 은근슬쩍 혜주의 허리를 감쌌다가 찰싹 손등만 얻어맞고 말았다. “여기서 뭘 더 열심히 해요! 1년 365일을 하루도 안 빼놓고 하면서!” 평소 같으면 못 이긴 척 받아줬을 혜주가 주원을 짐짝처럼 떼어낸 후 몸을 곧추세웠다. “어물쩍 넘어갈 생각 말고요. 나 지금 진지해요.” “음.” 이쯤 되니 주원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는 2세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혜주를 볼 때마다 못마땅했다. 그는 오혜주만 있으면 됐다. 아이야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았다. 배란 테스트기며 임신테스트기며 바리바리 쌓아놓고 왜 굳이 스트레스를 만들어 받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혜주가 속상해하는 걸 보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병원 가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자.” “정말요?” “그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혜주는 당장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오빠 편한 날짜 정해주면 예약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너 편한 날로 잡아. 내가 맞출게.” 그제야 혜주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 진즉에 한번 가줄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한 수고를 하는 게 분명하단 확신엔 변함이 없었다. 그냥 많이 하면 되는걸. “이제 됐지?” “아니, 뭘 또 이렇게 갑자기……!” 혜주가 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주원이 그녀의 몸에 올라탔다. 스타베팅 위에 풍성하게 펼쳐진 혜주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올리며 주원이 그녀의 입술을 내리눌렀다. 초옥, 촉. 치약 냄새가 배어 있는 싱그러운 입안을 핥으며 그가 씩 미소를 지었다. “2세 만드는 데 정성이 부족하면 안 되지. 아마 의사도 똑같은 말 할걸.” 얇은 원피스 위의 정점을 베어 물자 금세 천이 축축해졌다. 늘어져 축 달라붙은 원피스 위로 느릿하게 입을 맞추며 그가 혜주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허리를 뒤트는 그녀를 보며 주원이 속도를 높였다. 뭐든 잘하려면 기초에 충실해야 한다. 수능 공부엔 국영수, 2세 생산엔 뜨밤. 주원이 혜주를 향해 물밀듯 들이닥쳤다. 2세 걱정으로 복잡하던 혜주의 머릿속이 어느새 환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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